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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데커드1 2025. 4. 20. 19:48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을 읽은 감상을 적어본다. 나는 미술에 관해 문외한이고 제대로 미술을 공부해본 적이 없다. 그냥 고등학교까지 미술 수업을 배운 게 다이다. 

이 책은 곰브리치가 10대 청소년을 위한 입문서를 목표로 저술했다고 한다. 후기를 남긴 유명인들도 15세나 19세에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저자는 '쉽다 쉬워'하면서 쓰고 있으나 내가 읽어본 주요 감상은 '미술이 생각보다 어렵구나'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으로서 당연한 느낌일 수도 있다. 마치 '이래도 미술할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르네상스 시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농밀한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 저자는 미술이란 없는 것이고 미술가만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술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고 미술가의 주요 활동내역 위주로 적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미술이 어떻게 발전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서양미술사이지만 간략하게나마 동양미술에 대한 소개를 해준 것도 고마웠다. 확실히 동양미술도 서양미술사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을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이나 건축도 미술의 한 범주로 넣고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건축도 중요하긴 한가보다.


미술가는 진지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저자는 일부러 그런 작가들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내가 서양미술사에 대해 주워들은 풍문으로 알고 있던 개념들이 곰브리치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그의 제자나 다름없었다. 후기를 적은 유명인도 다들 그렇게 실토하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곰브리치가 꿈꾸던 진지한 예술은 지금에 와선 AI와 IT기술에 의해 체면을 구기고 너무나 간편하게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일반인은 50만원도 안 되는 그림도 안 사는 사람이 많고 요즘 뜨는 미술가가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19세기까지는 미술가는 거의 연예인급이었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 다른 분야 사람들이 연예인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은 문학도 비슷한 처지이다. 다만 음악인은 아직까지 연예인으로 남아있는 경향이 있다. 

미술이 다른 장르에 비해 확실히 시대를 많이 타고 유행이 중요한 장르이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고전 작품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때로는 추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당신이 이런 성향이라면 미술을 하는 게 맞다. 

문학하는 사람이 홍길동전을 다시 읽고 감명받아 입술을 파르르 떨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술가라면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위대한 건축물이나 모나리자를 보고서 경탄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 정도도 안 되면 미술 말고 딴 거 하는 게 맞다. 
문학에서는 고전 작품이 그냥 형식이 다른 걸작으로 인정받고 유행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반면 미술은 확실히 세련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술에서는 비평가의 말 몇 마디에 미술 작품의 성향과 ~~이즘이 확 결정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미술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미술사에 대해 10대 청소년부터 일말의 소개서가 필요하다고 저자가 느낀 것은 아마도 히틀러가 바우하우스를 폐쇄한 몰상식한 행위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것 같다. 만일 히틀러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적어도 그짓은 안 했을 것이다. 책 말미에 갑자기 미술교육을 운운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초판이 출판된 게 2차대전이 끝난지 얼마 안된 1950년도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책은 반양장으로 되어 있고 600페이지가 넘고 두꺼워서 꽤 튼튼한 독서대가 필요하다. 종이도 매우 두꺼워서 한장 한장 넘기는 것도 고역스러웠다. 나는 이책을 정독하는데 5일이 소요되었다. 다만 중간중간 큰 그림을 소개할 때 여러장의 종이가 접혀 있어서 이것을 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교회의 지붕을 장식한 미켈란젤로의 그림이 제일 인상깊었다. 그 부분이 이 책의 핵심같다. 책값이 2만원이 넘으나 다양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미술이나 자연 풍경을 소개하는 책들이 의례히 그렇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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