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에게 쫓길 때는
관련영화 : 더 프레데터프레데터에게 쫓길 때는 다 벗고 웅크리고 있으면 프레데터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규칙을 이 영화는 만들어냈다. 내 생각에는 거의 여자만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20세기 폭스사가 디즈니에 합병하기 거의 직전에 낸 작품으로 알고 있다. 합병하기 전에 최근 불고 있는 PC주의를 영화에 넣어볼까 생각했나 본데 그게 하필이면 프레데터였다니 참 안타깝다. 이런 식으로 PC 주의를 첨가하면 디즈니가 좋아할 줄 알았나 보다.
이 영화 나올 때쯤 대부분의 액션영화가 그러했듯이 대사나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안 좋다. 대부분의 대사가 상황에 맞지도 않고, 스토리 전개는 완전히 뒤죽박죽에 개연성이 없다. 내가 왠만해서는 4점 이상은 주는데 이영화는 너무 심해서 어쩔수없이 3점 준다.
그래도 간간히 실소가 터지기는 하고, 스토리는 엉성하지만 그럭저럭 오락영화로서 대사 신경 안 쓰고 보면 봐줄만은 하다. 프레데터 시리즈를 단순히 괴수 영화쯤으로 생각해서 아마도 이렇게 제작한 모양인데 프레데터 팬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심각하게 열받았을 만한 작품이다. 더불어서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불편한 장면들 투성이이다.
애초에 이 영화에서 스토리가 제대로인지 따지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다. 폭스사가 합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제작 기간도 짧았을 것 같고.. 뭔가 작품을 만들려고 이런 영화를 제작한 것 같지는 않다. 요새 프레데터 시리즈가 판매량도 잘 안 나오고 하니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만든 듯 하다.
에일리언은 이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엉망이 되었는데 그건 너무 딥다크해져서 대중과 거리가 멀어져 버렸고.. 차라리 망할 거면 이 영화처럼 망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솔직히 말해서 폭스사 합병 후 엑스맨 시리즈도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멀쩡하게 나오는 것을 보면 합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대로 간다면 프레데터 후속편도 나올지도...
B급 감성 충만한 시리즈를 너무 크게 일판을 벌린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 주인공 아들로 나오는 로리는 어떻게 보자면 폭스사의 입장과도 비슷한 것 같다. 팬들은 욕하고 외면하는데, 자기는 공부 잘 해서 이것저것 섬세하게 물건을 다룰 줄 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영상 때깔을 보자. 영화 퀄리티와 전혀 다르게 영상 때깔은 굉장히 좋았다. 맥케나 대위도 그렇고 그외 다른 인물들도 어딘가 폭스사 사람들을 대변한다거나 그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씩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봤을 때 이 영화는 폭스사 그 자체이다.. 마치 타 영화사에서 만든 IT을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이런 영화를 진작에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평론가들에게 쌍욕을 먹을지언정 이런 솔직한 표현들 얼마나 좋은가. 물론 나도 점수는 많이 낮게 줬지만..
로리에 대한 또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신입사원에 대한 것이다. 폭스사의 선배 직원들은 고어한 영화 제작에 능숙한데 신입들은 어쩐지 그런 게 좀 약하다. 다만 좀 똑똑한 것 같기는 하다. 이런 식으로 신입들에 대한 평일 수도 있겠다.